꽃가루 박새

박새 : Parus minor

따스한 햇살을 받은 새싹들이 연두빛, 초록빛을 발산하는 계절이 왔어요,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기지개를 펴고 새를 보겠노라며 탐조선배님들과 화랑공원으로 간날입니다 .
기대와 달리 새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어요. 흔히 보이는 직박구리조차 반갑게 눈맞춤을 할 정도였어요.
“이곳은 물총새가 자주 나타났었지.”,“ 지난번에는 개구리를 사냥한 때까치를 만났었지.”“넓은 하늘에 황조롱이 너라도 우아하게 날아 줘, 제발.”우리는 지난날의 회상과 설레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지요.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버드나무 수꽃 사이를 부지런히 옮겨 다니는 새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어요.
“박새다!”소리가 들리자마자 어깨에 메고 있던 몇 대의 카메라 셔터가 바쁜 소리를 냅니다.

“저 새는 평소에 우리가 보아 왔던 박새랑 배의 색이 달라요.”어느 선배님의 예리한 눈이 빛났습니다. 누군가 옆구리에 있던 도감을 꺼내 보시더니 노랑배박새라고 하십니다. 어머나, 세상에나! 감탄했어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모두 노랑배박새로 확신했어요. 종추가의 기쁨에 환호를 지르며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어요. 선생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지요. 평생 처음 만나는 새였으니까요.

노랑배박새 : Parus majo

나머지 구간의 탐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검색을 시작했어요. 1975년에 한 번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찾았지요. 검색을 할수록 우린 대단한 일을 했더라구요. 사진을 조류전문가 선생님께 보냈더니 노랑배박새로 동정해주셨어요. 와우~~대박!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감사의 인사를 여러번 드렸어요. 그리고 지역신문사에 전화를 했어요. 우리의 업적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하니까요. 조류협회, 탐조인, 일반인들에게도 경사스러운 일이니까요.
카페, 밴드 등 활동하는 여러 sns에 사진을 올리고 기쁨을 나누고 있었어요.

“노랑배박새라니”감탄과 부러움을 담은 수많은 댓글이 달렸어요.
대박! 축하합니다. 사람들 방해를 받지 않고 편히 지내다 가기를 바란다는 염려와 애정도 보내주셨어요.
‘다시보자 꽃가루?’라는 댓글에는 전문가의 확인을 받았다며 속으로 흥! 코웃음을 쳤어요.
사진 공유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으며 하루 종일 기쁨을 누리고 있었죠. 인터뷰 준비도 하고요.
구름 위를 붕붕 나르는듯한 기분에 취해있을 때 탐조선배님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조류 전문 연구원님께 보여드렸더니 다시 확인해 보라하셨다고. 순간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 너무 부끄러웠어요. 노랑배박새가 아닌 버드나무 꽃가루를 가득 묻힌 흔한 박새였던 거예요.

재두루미 : Grus vipio / 두루미 : Grus japonensis (천연기념물)

얼른 밴드의 글을 내리고 죄송하다며 조금 더 확인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심쿵했던 경험을 나눠주셨던 분들, 본인도 300km 넘는 길을 다녀오셨다는 분, 다시 가서 새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라며 아쉬워하셨던 분, 꽃가루 가득한 박새라도 보고 싶다며 위치를 물어보셨던 분, 관심 가져주셨던 모든 분들께 미안함과 감사함이 함께 한 날이었습니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질타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셨던 많은 분들이 계셔 지금까지 탐조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보자 꽃가루님, 죄송합니다.
버드나무와 박새!

고방오리: Anas acuta / 힌죽박이오리: Histrionicus histrionicus (멸종위기 관심대상)

노랑배박새 해프닝은 초보 탐조꾼에게는 연례행사라고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즐거움을 주었던 박새는 저에게 또한 꽃가루 박새라는 애칭을 남겼지요.
이젠 특별한 새를 기다리지 않아요.
지금까지 우리 곁에 살아왔던, 오며가며 만났던 그들과 오랫동안 함께하고픈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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